
김홍권 회계사
[파이낸셜리뷰] 얼마 전 한 중견기업 오너 2세가 물었다.
“아버님이 손자들한테 바로 증여하시겠다는데, 그러면 세금이 30%나 할증된다고 하더라고요. 손해 아닌가요?”
손자는 셋이었다. 시뮬레이션 결과는 명확했다. 할증 30%를 내더라도 손자들에게 바로 주는 것이 약 5억 원 가까운 절세였다.자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 때마다, 증여를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. 절세의 기본은 자산 가치가 낮을 때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. 그중에서도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는 '세대생략증여'가 자산가들의 필수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.
왜 자녀가 아닌 손자인가?
증여세는 금액이 클수록 세율이 50%까지 치솟는 누진세율 구조다. “그럼 금액을 나눠서 여러 번 주면 되지 않냐?”고 묻겠지만, 국세청은 10년간 증여받은 금액을 모두 합산해서 세금을 매긴다.
여기서 틈새가 생긴다. 증여세는 받는 사람(수증자) 기준으로 계산한다. 자녀가 1명에게 30억원을 한 번에 주면 높은 세율이 적용되겠지만, 손자 3명에게 각각 10억원씩 나눠 주면?
첫째, 증여재산공제를 3명이 각각 받는다. 자녀와 손자 모두 5천만 원(미성년자 2천만 원)씩 공제받을 수 있다.
둘째, 재산이 분산되니 적용 세율이 낮아진다. 30억에 적용되는 세율과 10억에 적용되는 세율은 천지 차이다.
물론 과세당국도 이를 안다. 원래 ‘조부모→자녀→손자’로 2번 걷을 세금을, ‘조부모→손자’로 한 번만 걷게 되니, 세대생략증여에는 30%(증여재산 20억 초과 시 40%)를 할증한다. 하지만 자녀에게 증여하려니 세율이 이미 높아진 경우가 많기에, 할증을 감수하고라도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이 이득인 경우가 많다.
숫자로 증명된 손주 사랑, 세대생략증여의 인기
실제로 국세청 통계(2019년~2023년)를 보면 5년간 미성년자 대상 증여는 약 7만 4천 건, 8조 2천억 원이었다. 이 중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에게 직접 증여하는 세대생략증여는 2만 7천건, 3조 8천억원에 달했다. 미성년자 증여의 3분의 1 이상이 ‘조부모→손자’ 직접 이전이라는 뜻이다.
더 주목할 점은 1건당 평균액이다. 일반 증여는 0.9억원인데, 세대생략증여는 1.4억원이다. 고액 자산가들이 이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다.
실전에서 쓰는 두 가지 전략
그렇다면 세대생략증여, 무조건 손자에게 주면 끝일까? 진짜 부자들은 여기서 두 가지 디테일을 더 챙긴다.
첫째, 증여세 납부 재원은 부모가 마련한다
손자가 어리면 증여세 낼 돈이 없다. 조부모가 세금 낼 돈까지 같이 주면 여기에도 30% 할증이 붙는다. 이 때 부모가 증여세만큼은 손자에게 증여하면 유리하다.
부모가 주는 돈에는 할증이 붙지 않고, 부모-손자 간 증여액이 크지 않다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(단, 증여재산공제는 조부모/부모 합산 한도가 적용되니 주의해야 한다).
둘째, 해외 거주 손자를 활용한다
손자가 미국 등 해외에 사는 ‘비거주자’라면? 증여재산공제(5천만 원)는 못 받지만, 대신 강력한 혜택이 있다. 증여자(조부모)가 증여세를 대신 내줘도 추가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.
비거주자 증여 시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. 합법적으로 세금 없이 현금을 더 쥐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. 다만 형식적으로만 해외에 있다면 세무조사 시 문제가 되니 유의해야 한다.
시뮬레이션 없이 시작하지 마라
세대생략증여는 강력한 절세 도구지만, 모든 경우에 정답은 아니다. 가족 구성, 자산 규모, 향후 상속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.
할증 30%를 내도 이득인지, 자녀에게 먼저 증여하고 나중에 손자에게 상속하는 게 나은지, 수억 원의 세금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. 반드시 전문가와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실행해야 한다. 지금의 선택이 10년 뒤 자산의 크기를 결정한다.
김홍권 회계사 약력
현 회계법인베율 상무(파트너 회계사)
전 삼일회계법인 회계감사본부
전 삼일회계법인 조세본부
전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
서울대학교 졸업
[출처] 파이낸셜 리뷰
[기사원본] [김홍권 칼럼] 왜 부자들은 30% 세금 더 내겠다고 줄을 설까? 세대생략증여의 전략적 활용 - 파이낸셜리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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